추위속 온정 가득 급식소…"따뜻한 떡국에 명절 서러움 덜어"

이승연 / 2022-01-29 16:4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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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부터 줄 길게 늘어서…봉사자들 "누군가는 해야 할 일"
▲ 탑골공원 원각사 노인 무료급식소 [촬영 김다을]

▲ '(사) 나누미' 박종환(65) 목사 [촬영 안정훈]

▲ 탑골공원 무료급식소 앞 길게 늘어선 줄 [촬영 김다을]

추위속 온정 가득 급식소…"따뜻한 떡국에 명절 서러움 덜어"

오전부터 줄 길게 늘어서…봉사자들 "누군가는 해야 할 일"

(서울=연합뉴스) 이승연 기자 = "명절에 쫄쫄 굶을 뻔했는데 이곳을 찾아서 다행입니다."

설 연휴 첫날인 29일 오전 서울역 13번 출구 앞 무료급식소 '따스한 채움터' 앞에서 만난 노숙인 최모(64) 씨는 얼마 전 노숙인 시설에서 규칙을 어겨 쫓겨났다고 했다.

최씨는 "명절 연휴를 하루 앞두고 시설에서 쫓겨나 막막했다"며 급식소에서 그나마 안도감을 느낀다고 했다.

서울역 인근 고시텔에서 지내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전승건(62) 씨도 "가족들과 얼굴을 볼 수 없어 명절이 명절 같지 않았는데, 이렇게 양껏 떡국을 먹을 수 있어서 행복했다"며 "재기하기 위해 술·담배도 끊고 수급비를 아끼는 중이라 끼니를 챙겨 먹기 힘들었는데 이렇게 따뜻한 음식을 먹을 수 있어서 너무나 행복하다"고 거듭 말했다.

인근 고시텔 거주자 조모(85) 씨도 "명절만 되면 사는 게 남사스러운 마음이 커진다"며 "그래도 오늘 여기서 따뜻한 떡국도 먹고 내복도 받을 수 있어 그나마 명절에 씁쓸함이 덜하다"고 했다.

급식소 앞에는 오전 10시 40분께부터 영하의 추운 날씨에도 급식을 받으려는 노숙인과 어려운 이웃들이 몰려들어 긴 줄을 만들었다.

급식소 관계자들은 노숙인들의 코로나19 백신 접종 여부나 PCR 검사 결과를 확인한 뒤 입장시켰다. 비말 차단 마스크를 쓴 사람들에게는 KF94 마스크를 건네며 교체해달라고 당부하는 등 방역에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었다.

점심 배식을 담당하는 '사단법인 나누미' 관계자 박종환(65) 목사는 "오늘은 설 명절을 맞아 떡국, 밥, 김, 무채 반찬을 준비했다"고 전했다. 무료 급식 봉사를 시작한 이후 명절을 제대로 챙겨본 적이 없다는 그는 "명절이 더 바쁘지만,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며 웃음 지었다.

종로구 탑골공원 뒤편에 있는 '원각사 노인 무료급식소'도 일찍부터 북적였다.

오전 11시께 급식소 관계자들은 300∼350인분의 음식을 준비하느라 분주했다. 배식 시작 30여 분을 앞두고 급식소 관계자들과 자원봉사자들은 앞치마를 두른 채 완성된 음식을 도시락 용기에 담아 포장했다. 이날 메뉴는 밥, 소고기무국, 어묵볶음, 김치였다.

급식소 책임자 자광명 씨는 "명절에 어딜 못 간다. 내가 여기 없으면 일이 안 돌아가니까"라며 웃었다. 지난해부터 코로나19 영향으로 여러 활동이 어려워지면서 명절에도 급식소를 찾는 어르신들의 수가 줄지 않는다고 그는 전했다.

자씨는 급식소를 찾는 이들을 위한 선물이라며 모자와 목도리를 보여줬다. 그러면서 "설 당일에는 떡국을 맛있게 끓이고 선물을 나눠줄 것"이라고 했다.

매달 한 번씩 급식소에서 자원봉사를 한다는 회사원 홍성진(31) 씨는 "코로나19 때문에 어딜 가지 않아서 봉사하러 왔다"며 "원래 명절에는 가족들이랑 맛있는 것도 먹고 해야 하는데, 여기 오시는 분들은 대부분 그럴 일이 없으시니 조금이라도 채워드리고 싶어서 왔다"며 미소 지었다.

매일 이곳에서 점심을 먹는다는 한 노인은 "시간 여유가 있다면 설 당일에도 이곳을 찾아 떡국을 먹을 것"이라며 "(자원봉사자들이) 우리를 위해 일부러 시간을 내 봉사하는 건데 쉬운 게 아니다"라고 고마움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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