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시대 개막] ⑧ 경복궁·백악산 잇는 청와대…역사 명소 될까

박상현 / 2022-05-08 07: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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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이 조성한 후원에 현대 건축물 들어서…"다양한 시간의 켜 쌓인 곳"
광화문서 한양도성까지 도보 여행 가능…역사성 복원·건물 활용 과제
팬데믹 이전 경복궁 연간 관람객 534만명…주변 상권 활성화 기대도
▲ 백악산과 청와대, 경복궁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백악산에서 내려다본 경복궁과 세종대로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청와대와 백악산 등산로 [청와대, 국민 품으로 누리집 다운로드. 재판매 및 DB 금지]

▲ 명동 거리 청와대 개방 홍보 안내판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조선시대 수도 한양의 북쪽 주산이었던 백악산(북악산)과 임금의 통치 공간인 경복궁 사이에 있는 청와대 권역이 시민의 품에 안긴다.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에 따라 윤석열 당선인이 10일 취임하면 이날 정오부터 청와대 권역이 일반에 개방된다. 이날 하루만 2만6천 명가량이 찾아 사실상 '금단의 땅'이었던 청와대 곳곳을 자유롭게 관람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려시대 남경 이궁이 있었다고 하는 청와대 권역은 조선시대에 경복궁 후원으로 사용됐다. 특히 1860년대 경복궁을 중건한 고종은 청와대 권역을 창덕궁 후원과 유사한 기능을 갖춘 곳으로 조성하고자 했다. 융문당과 융무당 같은 건물을 세우고, 과거와 무술 시험을 열었다.

대한제국으로부터 국권을 빼앗은 일제는 경복궁 후원 건물들을 허물고 총독 관저를 지었다. 짧은 미군정 시기를 거쳐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에도 최고 권력자들이 이곳을 관저 부지로 활용했다. 이승만 초대 대통령 때는 '경무대'라고 했으나, 윤보선 전 대통령이 입주하면서 '청와대'로 개칭됐다. 본관, 관저, 영빈관, 상춘재는 모두 1970년대 이후 건립됐다.

조선시대사 연구자인 홍순민 명지대 교수는 "청와대 권역은 조선시대부터 대한제국, 일제강점기, 해방 이후까지 다양한 시간의 켜가 남아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 역사도시 서울의 중심축 완성…"복원·활용 신중해야"

청와대 권역이 개방되면 누구나 광화문 사거리에서 경복궁을 통과해 한양도성이 있는 북악산까지 걸어갈 수 있게 된다.

조선시대 관청인 의정부와 육조가 있던 세종대로에서 북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2010년 제자리를 찾은 웅장한 광화문이 나타난다. 경복궁 으뜸 건물인 근정전과 아름다운 육각 정자 향원정을 보고 나면 북문인 신무문으로 나갈 수 있다.

신무문 길 건너편이 바로 청와대 권역이다. 관람객은 청와대 본관은 물론 왕궁을 지키던 수궁(守宮) 터, 관저, 상춘재, 녹지원을 돌아볼 수 있다.

백악산 등산 기점은 청와대 권역 서쪽에 있는 칠궁(七宮)과 동쪽 춘추관이다. 두 등산로는 백악정에서 하나로 합쳐진다. 조선시대 왕이나 왕으로 추존된 인물을 낳은 후궁 7명의 신위를 모신 사당인 칠궁, 백악정, 기자실이 있는 춘추관을 잇는 반원형 경로는 이번에 새롭게 개방된다.

백악정에서 산길을 오르면 법흥사 터를 지나 한양도성에 닿는다. 서쪽으로 하산하면 부암동 창의문이 나오고, 동쪽으로 가면 한양도성 북문인 숙정문이 보인다.

이처럼 청와대 권역은 백악산, 경복궁, 광화문 앞길인 육조거리, 숭례문을 잇는 조선시대 도읍 한양의 중심축에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위치와 역사성을 고려해 청와대 권역만 떼어내 살피지 말고, 주변 지역까지 고려해 복원·활용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교수는 "백악산과 경복궁은 조선시대 한양이라는 도시를 만든 사람들이 가장 먼저 주목한 장소로, 청와대 권역을 빼면 마치 맥이 끊기는 느낌을 준다"며 "한양의 중심축을 변질시키지 말고 살리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청와대 권역의 본질은 경복궁 후원이지만, 후대 역사를 모두 부정할 수는 없다"며 "경복궁 후원이자 대통령 집무 공간이었다는 사실을 알릴 수 있도록 신중하게 복원과 활용 방안을 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역사지리학을 전공한 이기봉 국립중앙도서관 학예연구관은 "청와대는 대한민국의 권위주의 정권을 상징하는 공간"이라며 "무조건 나쁘게만 보지 말고 서대문 형무소처럼 역사적 의미를 배울 수 있는 곳으로 가꾸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 23일 이후는 자유 관람?…추가 개방·조사 계획 미정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개설한 '청와대, 국민 품으로' 누리집에 따르면 청와대 관람은 일단 10일부터 22일까지 운영된다. 하루 최대 관람 인원은 3만9천 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 기간은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와 한국문화재재단이 함께 여는 궁중문화축전과 겹친다.

누리집에서 23일 이후 관람 정보는 '추후 별도 공지'라는 안내 외에는 찾을 수 없다.

문화재청 청와대국민개방추진단 관계자는 "23일 이후에도 개방할 가능성이 크지만, 구체적인 계획은 확정되지 않았다"며 "관람객 편의와 경관 보존 등을 두루 고려해 관람 형태를 결정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중요한 과제로 꼽히는 개별 건물의 활용 방안도 청와대 권역 기초조사가 끝나야 논의를 시작할 수 있을 듯하다"며 "청와대 권역을 사적으로 지정하거나 근대역사문화공간으로 등록할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도 함께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향후 청와대 권역에서 자유 관람이 시행된다면 해마다 1백만 명 넘는 사람이 들르는 명소로 부상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직전인 2019년 경복궁 방문객은 534만6천여 명이었다. 그중 절반만 청와대 권역에 들러도 200만∼300만 명이나 된다. 청와대 권역 관람객이 많아지면 주변에 있는 서촌과 북촌 상권도 활기를 띨 가능성이 크다.

앞서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청와대 개방에 따른 경제 효과가 연간 최소 2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지만, 더욱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반론도 제기됐다.

학계 관계자는 "청와대 개방은 경제 관점이 아니라 역사·문화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시민과 접촉면을 늘리면서 문화유산 가치를 지킬 수 있는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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